들어가며
첫 회고는 격식체로 썼는데, 낯간지러운 걸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남한테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회고를 보니 대부분 격식체를 쓰길래 나도 따라 해 봤는데, 앞으로는 그냥 내 색대로 편하게 써보려고 한다.
스마일게이트 Dev Camp를 수료하다
올해의 시작을 함께한 우리 캠프원들! 두 달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토론할 때 가장 반짝거리던 멋진 사람들과 함께 캠프 생활을 보냈다. BBeBig 팀을 비롯해 모든 캠프원들, 그리고 인재영입팀까지. 무엇보다도 정말 좋은 리더였던 과장님 덕분에 화목한 분위기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동료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스마일게이트 Dev Camp는 내게 아주 큰 의미로 남게 되었다.
백엔드를 담당하며 기능 요구 사항 분석부터 아키텍처 설계, 배포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MSA뿐만 아니라 백엔드 개발 자체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개념들을 직접 부딪혀가며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MSA 기반 인증 시스템인 Passport를 도입하여 인증 요청 시간을 크게 단축했고, 멀티 스테이지 빌드를 적용해 Docker 이미지를 경량화하여 용량을 최적화했다. 또한, WebRTC 시그널링 서버는 Mesh 방식과 SFU 방식을 모두 고려해 전략 패턴으로 유연하게 구현했으며, 이외에도 CI/CD 환경 구축, Spring Cloud Gateway를 통한 약 10개 서버 라우팅, 그리고 약 40개의 엔드포인트를 설계 및 구현했다.
베스트 데브 토커로 뽑히다
베스트 데브 토커로 뽑혔다! 캠프원 모두가 각자 주제를 정해 발표하는 형식이었는데, 발표에 유난히 긴장하는 나에게는 솔직히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꼭 극복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서, 이번 기회를 빌려 진심을 담아 발표에 임했다.
내가 선택한 주제는 "소프트 스킬"이었다. 소프트 스킬을 잘 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협업이 중요한 개발 세계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나누고자 했다. 누군가 내 발표를 듣고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발표를 준비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토론이나 협업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런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발표를 잘했다기보다는, 이런 진심이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스마일게이트 커뮤니티 데이
Dev Camp 수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데이에 다녀왔다. 여기서 응애 개발자인 나는 삼성, 쿠팡 명함을 받아 마냥 기뻤다는... 대기업 명함을 처음 받아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또, 진짜 말도 안 되는 음식 퀄리티에 나 혼자 세 그릇 정도 먹은 것 같다.
현업자 분들이랑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그동안 헤어졌던 캠프원들 얼굴도 보니 반가웠다. 무엇보다, 언젠가 나도 새로운 수료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위치에 서 있을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큰 동기 부여를 얻었다.
우아한테크코스 레벨 2까지
정신없이 우아한테크코스 레벨 2까지 끝내고 나니, 상반기 또한 그렇게 지나갔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의 모든 시간이 분명 유익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나의 약점들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데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방어 기제가 어떤 것인지 자각하게 되었다. 의외로 코딩보다 크루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가 말할 때 긴장을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꼈다. 그 사실은 내게 이목이 집중될 때 극대화되었다. 레벨 1은 그렇게 나를 파악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속상하기도 했다. 대형 동아리 회장도 해봤고, 단상에 올라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스스로 괜찮다고 믿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로 했다. 레벨 2에서는 미션과 병행하면서 스몰 테코톡 스터디도 참여하고, 자문도 많이 구하곤 했다. 그렇게 수료의 관문인 테코톡 했읍니다... 정말 테코톡은 여느 발표보다 50배는 더 준비한 것 같다.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크루들의 칭찬과 격려도 너무 고마웠지만, 이 정도로 쏟아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한 크루의 등 떠밀기(사실 떠밀리는 척한)로 실패 자랑 대회에도 참가하게 되었는데, 테코톡만큼은 준비하지 못해 딱 그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 해도 똑같이 도전할 것 같다. 한 코치님과의 원온원에서 "발표를 한 나"와 "발표를 하지 않은 평행세계의 나"는 전혀 다른 미래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떨리겠지만, 지금 내가 밟아 가는 모든 과정들이 내 미래를 남기는 일이라고 하면, 앞으로의 모든 도전 또한 응원하고 싶다.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자격증
그리고 저 이제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입니다! 약 3주 정도 짬을 내어 강의를 듣고 공부했으며, 문제은행에서 하루 60문제를 목표로 푸는 것을 꾸준히 반복해 총 500문제 정도를 풀었다. AWS를 많이 다뤄보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필기하며 공부했다.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한다면 문제은행 위주로 반복 학습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자격증 취득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CS와 인프라도 함께 배우고 싶었기에 강의 전체를 끝까지 소화하면서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백엔드 개발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물을 사다
드디어 작년 하반기 목표였던 내가 번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첫 선물을 하는 일을 이뤘다. 설날에 엄마, 작은 이모, 큰 이모, 할머니께 화장품을 선물로 드렸는데, 정말 집 한 채 받은 것처럼 좋아하시더라. 솔직히 그동안 내가 받은 사랑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나는 만 원 한 장도 망설이며 썼지만, 가족들은 갈 때마다 5만 원, 10만 원씩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셨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 편에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야 주시는 돈을 조심스럽게 받는 것보다 장난스럽게 받고,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작은 선물이지만, 좋아하시는 표정을 보니 정말 보람 있었다. 그 자리에 큰 이모부까지 계셨다면 분명 내 건 왜 없냐며 엄청 뭐라 하셨을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남자 가족들 선물도 사가야겠다...!
나는 어떤 색인가
예전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있다. 그러던 내가 내 기준대로 내 사람, 아닌 사람을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싫었고, 남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싫었고, 상대방의 말이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싫었다. 반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조심스럽게 고뇌하던 시간들이 많아졌던 것 같다.
개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옳다고 믿는 기술에 갇혀 다른 기술을 편식했고,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기보다 고집을 부리던 순간들도 많았다. 배운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오만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선택의 순간이 와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내 앞을 스쳐간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소중한 사람들과 동료들이 있을 수 있었고, 과분하게 사랑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되새기기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색인지, 개발자로서는 어떤 색인지 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색이 비어 있는 부분을 계속 덧칠하다 보면, 언젠가 내 색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 해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최근까지도 유난히 예민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쓰고, 그 과정에서 마주했던 나의 단점들이 자꾸 눈에 거슬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색인가, 나는 어떤 새낀가 계속 되뇌기로 했다.
마무리하며
사진첩을 열어봤는데, 스크롤 몇 번에 작년으로 돌아와 버렸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너무 신경쓰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잘 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최근 주변은 많이 챙기고 있어도 나는 잘 못 챙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좀 서운했다.
작년 하반기에 세운 목표는 거의 이뤘던 만큼, 이번에는 내 색을 찾는 데 집중하려 한다. 한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뒀던 수영도 다시 등록했고,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에서 코딩도 하고, 사두고 읽지 못했던 책들도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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